본문 바로가기

칼럼

충북의 인재양성과 평생교육에 대한 시각을 제시하는 외부 전문가의 「칼럼」 입니다

절반 세대의 미래
K-메디치연구소 최원영 소장
K-메디치연구소 최원영 소장 사진
K-메디치연구소 최원영 소장

사회를 구성하는 세대의 성격과 특징에 따라 다양한 호칭이 붙는다. 1960년대 전후로 출생한 세대를 베이비붐 세대라고 하고, 2000년대 들어 등장한 세대를 ‘절반 세대’라고 칭하는 예가 대표적이다. 전자가 인구폭발을 기반으로 풍요로운 과거를 상징한다면, 후자는 인구감소로 인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미래를 표상한다. 1970년, 약 100만 명 내외였던 출생인구가 불과 30년 만인 2000년대 초반 50만 명 밑으로 격감하면서 ‘절반 세대’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이 붙었다. 특별히 이 세대는 해방 이후 대한민국 역사에 가장 큰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세대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한국의 미래라는 차원에서 깊은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에서 인구 문제를 논의하는 일은 일상적인 과제처럼 되었지만, 국가의 존망을 좌우하는 중대한 현안이라는 점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정사로 치자면 대가 끊기는 엄중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20년 동안 28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고 전폭적인 제도 지원을 했지만, 저출생의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2022년에는 출생인구가 19만 명으로 20년 전보다 절반으로 감소하면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급기야는 대통령이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는 등 범국가적 총력 대응을 선포하고 나섰다. 저출생의 원인을 두고 출산과 육아의 과중한 부담, 경제적 불평등, 살인적인 경쟁 구조 등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 사회 전반의 출생 생태계를 혁신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해법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저출생의 추세가 고착되면서 절반 세대가 겪어야 할 미래는 심각하다. 유례없는 초고령화로 자신들보다 두 배가 넘는 인구층을 부양해야 하고, 세금과 보험료는 더욱 과중해지며 자신들이 노후에 수령할 연금은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인구감소로 병역자원이 줄면서 복무기간이 늘어남은 물론 여성 징병제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2050년 기준 생산 가능 인구가 35% 감소하고 피 부양인구가 45% 증가할 것이라는 지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부동산 역시 인구의 절반이 몰려있는 수도권의 거주 여건은 더욱 어려워지고 농촌은 해체 일보 직전이라 정착하기는 어렵다. 의료계에서는 혈액 부족이 심각해질 거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이번 생은 망했다는 ‘이생망’이라는 자학적인 단어나, ‘헬조선’이라는 절망적인 단어가 이들에게 일상의 유행어가 된 것은 절반 세대의 미래가 그만큼 암울하다는 증거다.

20세기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가장 먼저 부상했던 한국 사회가 가장 먼저 사라질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 어두운 미래의 중심에 우리 절반 세대가 자리하고 있다. 기성세대의 중요한 책무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축소된 인구 규모에 맞는 사회시스템을 재구조화하고 청년 세대가 희망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치권의 각성이 더욱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K-메디치연구소장 · 전 세광고 교장 최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