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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충북의 인재양성과 평생교육에 대한 시각을 제시하는 외부 전문가의 「칼럼」 입니다

교육, 흐름을 알면 미래가 보인다
충북대학교 배득렬 교수
배득렬 교수 사진
충북대학교 배득렬 교수

얼마 전, 가까운 동료교수 몇몇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앞으로 50년 이내에 없어질 직업군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한 교수님의 말로는 50년 후에는 대학교수라는 직업도 사라질 것이란다. 교수가 없어진다면 대학은 남아 있을까? 나아가 입시위주로 진행되는 우리나라 교육은 지향점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는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고, 좋은 직장을 가지면 인생의 행복이 담보된다는 보이지 않는 맹목이 엄연히 존재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百年之大計라 불렸던 교육. 한 국가의 미래의 초석이 되었던, 적어도 자원도 부족하고, 인구도 적고,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우리나라가 그나마 세계 선진국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열의 결과물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50년 안에 대학이 사라진다면 그 절절한 교육열은

어디를 향할 것인가? 이쯤 대한민국 입시위주 교육의 흐름은 반드시 재고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학령인구의 급감, AI중심 정보 유통과 소비의 확대 등등의 외부 요인은 대한민국 교육의 근간을 흔들어 대기에 충분하다. 이런 외부조건에 가장 먼저 체질개선이 필요한 대한민국의 대학은 이러한 변화 추이에 맞추기 위한 무한도전에 나서고 있다. 통합도 하고, 교육 과정도 과감히 변혁하고, 전공간의 간극도 철폐하려는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만 바뀐다고 해서 초중등 교육에서 평생교육에 이르는 교육정책이 정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래 사회에서는 기존의 입시위주 교육은 힘을 잃을 것이며, 소위 인기학과와 학문분야도 계속 중시될 이유도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어디에서 공부하는가’ 보다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공부하는가’가 교육의 주요문제로 부각될 것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에 대한 관심조차 충분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 교육환경은 실로 상전벽해의 과정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모든 수업에는 첨단 기기가 활용되고 있으며, 판서는 오래전에 사라졌으며, 수업을 주관하는 교사와 교수는 수업 주제에 관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한다. 학생들은 언제든지 핸드폰 하나면 외국 저명학자의 강의를 수시로 들을 수 있고, 도서관에 가면 언제든지 세계 각지에 흩어진 자료를 마음대로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고, 배우지 않은 외국어도 자동으로 번역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요체는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내용을 자신의 시각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는, 즉 컨텐츠의 생산과정이다. 컨텐츠는 자신만의 주제의식을 변형시킨 결과물이자,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고도로 체계화하면서 나온 결과물이다. 미래의 교육은 컨텐츠 생산능력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가정, 학교, 직장에서의 모든 활동은 컨텐츠의 기초이며, 나아가 새로운 가치생성의 샘물이다. 이에 나는 우리 충북교육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우리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 생산능력 제고방안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지길 소망하면서 다음 세 가지 핵심 문제를 제시해본다.

첫째, 충북지역의 학생들에게 경제적 조건의 제한 없이 다양한 문화의 차이와 그 가치를 인식할 수 있는 여행, 연수, 유학 등의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해야 한다. 단 이를 위한 전문가 주도하의 세밀한 계획과 배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충북지역의 학생들에게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하고 대화하고 소통하는 협력과정을 통해 문제해결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한 공간, 재원, 인력확보와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킬 정책 수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셋째,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들도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어떤 분야가 되었든 간단없이 도전하여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이를 위한 다양한 구체적 지원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가정교육, 의무교육, 대학교육 및 평생교육의 모든 과정에 새로운 물결이 도래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절대 거스를 수 없다. 오로지 적절한 교육정책 수립과 과감한 투자만이 미래 교육 혁신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 충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이 가장 먼저 이 흐름에 동참, 충청북도 나아가 대한민국 우수인재양성의 본보기를 만들어주길 百尺竿頭進一步의 절실한 심정으로 기대해본다.

충북대학교 교수 배 득 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