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시·군 평생교육 이야기

지역과 조화를 이루는 충주시 융합·창조동아리

  • 충북평생교육진흥원 김규영 전문연구원
2022년 현재 전국에는 188개 평생학습도시가 있다. 그 중 작년 우수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된 곳은 단 6곳. 2021년 평생학습도시 재지정평가 이후 우수도시로 선정된 충주시도 그중 하나다. 충주시 박성재 평생교육사는 학습동아리를 평생학습의 ‘꽃’이라 말한다. 충주시가 ‘우수’함을 인정받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이번엔 봄을 맞이하여 그 꽃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충주시에는 현재 134개 학습동아리, 1,900여명이 활동 중에 있다. 특징적인 점은 학습동아리의 진화, 평생학습동아리연합회이다. 동아리간 교류·협력을 통해 활동영역이 확장되어 작년 6개 융합·창조동아리 활동이 진행되었다.

7개 동아리가 합주로 함께한 ‘충주하모니앙상블’ (사진 출처: 충주시)


융합과 조화_연합동아리
충주시 연합동아리는 2018년도 7개 생활 악기 동아리가 모인 ‘충주하모니앙상블’이 첫 시작이었다. 각기 다른 악기를 다루던 동아리가 한데 모여 합주를 통해 조화를 이루었다. 장애인 평생학습도시 협약식 사전공연과 충주시평생학습박람회 공연 활동을 하였고 작년 순천에서 열린 제7회 대한민국 평생학습박람회에서 충북 대표로 공연에 참가하기도 하였다. 이제는 충주시 대표 콜라보 동아리로 자리매김함과 동시에 학습동아리가 새롭게 융합하고 창조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융합의 가능성을 본 충주시는 융합·창조학습공동체 발상으로 발전, 동아리-지역사회 조화로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학습동아리를 응용, 업그레이드 해 지역사회공헌, 재능기부 지향한 것이다. 동아리 회장단 의견을 수렴하고 동아리가 가진 역량을 지역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모색했다. 동아리들이 모여 의견제시하고 만들어진 계획을 실천하는 과정 속에서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과정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고 이는 지속가능하면서 확장되는 구조를 가질 수 있었다. 2020년 결성된 ‘버스 승강장에 작품을 걸다’와 2021년 ‘벽화를 그리다’가 대표적 사례다.

‘버스 승강장에 작품을 걸다’ 경우 관내 버스 승강장 17곳을 선정해 동아리 학습자들이 제작한 일러스트 작품을 전시했다. 버스승강장 주변 환경과 주 이용자층을 고려해 주제를 달리하였다. 예를 들어 터미널 근처 승강장은 여행을 주제로, 초등학교 앞 승강장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나 동물을 주제로 잡았다. ‘벽화를 그리다’는 3개 동아리가 연합해 공동작업을 실시하였다. 평생학습관 한 켠 삭막했던 옹벽이 평생학습 프로그램 홍보장이 되었고 이는 차차 낙후지역, 관광지 벽화그리기로 확장될 계획이다.

동아리 활동이 지역과 연결되는 작업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본래 있던 공간에 본래 없었던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개척과 다름없다. 작업이 주무대가 되는 현장은 관할 주무부서와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고 이해와 설득이 필요했다. 설득 대상인 담당 공무원과 설득 주체인 평생교육사 모두에게 새로운 노력이 요구되는 일이었지만, 완성된 결과물들이 만드는 새로운 환경은 모두에게 만족스런 성과로 다가왔고 향후 유사작업들로 확장하는데 기반이 되었다. 박성재 평생교육사가 “읍면동에는 참신한 기획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읍면동의 니즈와 학습동아리가 가진 역량을 매개해 시너지를 창출한 것이다. 교실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학습자가 지역 사회로 진출하는데 평생교육사가 다리 역할이 되었다.
교실 밖으로 작업장이 확장되었다. ‘벽화를 그리다’ (사진 출처: 충주시)
버스승강장이 작은 갤러리가 되었다. ‘버스 승강장에 작품을 걸다’ (사진 출처: 충주시)
지속가능한 선순환구조
지속가능성은 참여자의 자발성이 원천이다. 평생교육사와 담당 주무처의 협력이 가능성의 문을 연 작업이라면 문 뒤에서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은 학습자들의 몫이다. 개척의 영역에는 정해진 트랙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아리-지역사회 연계 속에서 새로운 영역과 활동 내용을 만드는 것은 연합된 동아리원들의 아이디에서 시작이 되었다. 지역 자원을 새롭게 재창조하여 재가공한 ‘알리고 싶은 충주이야기’와 ‘마을을 기록하다’가 그 사례다.

먼저 ‘알리고 싶은 충주이야기’는 지역 문화유산을 어린이 눈높이로 재가공해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동화제작 동아리와 일러스트 동아리가 협력하여 중앙탑을 비롯한 지역 유산을 이야기로 엮어 아이들이 알기 쉽게 그림 동화책으로 발간하였다. 주민들이 모여 협의하고 지역 곳곳을 답사하며 결과물을 만들고 만들어진 동화책은 어린이집, 도서관 동화구연 활동가 등에 배부되었다. 지역과 사람 그리고 확산까지. 향후에는 만들어진 동화는 연극이나 인형극으로 재창조되 확산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융합·창조동아리는 아이디어, 주제, 방식 등 모든 과정이 교류와 협의의 절차를 가진다. (사진 출처: 충주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지역 문화유산을 동화로 재구성한 ‘알리고 싶은 충주이야기’(사진 출처: 충주시)
‘마을을 기록하다’ 또한 동아리들의 자발적인 의견 개진으로 시작되었다. 지역 곳곳을 작품으로 남기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읍면동에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관내 폐역이 된 목행역을 포함하여 6개 철도역이 선정되었고 충주시의 과거와 현재가 사진과 그림, 영상으로 담겨졌다. 현장 답사와 함께 과거 사료조사가 진행되어 지역의 역사까지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만들어진 결과물은 중부내륙고속철도 개통식에 맞춰 충주역 내 맞이방에서 전시가 되었고 평생학습박람회 특별전이 열리기도 하였다. 또한 동아리 활동과 함께 스케치 프로그램을 병행하여 신규 동아리가 양성되는 확장성도 보여줬다.

지역의 물질적 유산을 작품으로 바꾸는 작업과 함께 사람-사람을 잇는 동아리 활동도 진행되었다. ‘무엇이든 만든다’ 는 2개 동아리가 연합해 어르신 핸드폰 손가방을 제작해 노인복지관에 기부하였다. 지역과 사람, 사람과 사람. 날실과 들실이 서로 교차하며 지역 학습망이 촘촘히 엮이는 것이다. 이러한 융합·창조동아리의활동들은 달력으로 제작되어 그자체로 지역 사회 공헌 활동 홍보가 됨과 동시에 새로운 연합동아리 유입을 유도하는 매개체가 된다. 울타리는 낮아지고 한사람 한사람의 발자국이 새로운 길을 만든다.

동아리 활동으로 지역사회에 더 가깝게 깊숙이 다가가는 ‘마을을 기록하다’ (사진 출처: 충주시)
어울림_프래밀리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물리적 제도적 장벽 제거해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나 열린 사회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다. 요즘은 담장을 허물고 휠체어 보행로를 놓는 등 어느 관공서에나 물리적 장벽을 허무는 설계가 되어있는 추세다. 하지만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일이다. 충주시는 학습동아리와 장애인 학습자들이 가족 또는 친구로 어우러져, 장애/비장애 장벽을 허무는 것으로, 한발짝 나아갔다. 프래밀리(freind+family)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어울림이 우선이다. 자격증, 취업, 진학 등 학습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교육적 틀에서 자기개발 보다 과정 속에서 배우는 것 자체에 중점을 두었다. 특히 중증, 고령 장애인 경우는 학습기회 자체가 통합과 어울림 기회이자 사회로 나오는 창이 될 수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학습을 경험하고 체험하는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은 공공선의 관점에서 언제나 지향해야 할 덕목이 된다. 장애 학습자들과 기존 학습동아리의 만남은 양측 모두에게 새로운 학습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더욱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학습의 장이 된다.

작년 한해 프래밀리 프로젝트에 참여한 장애인 수는 136명, 10개 학습동아리와 함께 하였다. 동아리 회의에서 공예, 원예, 힐링, 노래 악기 등 학습 프로그램이 개발되었고, 구성에 따라 5-8회차 커리큘럼을 제작하였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습한 성과를 장애인 학습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학습 기회, 통합, 어울림 기회 제공과 함께 학습동아리원이 교수자 역할을 통한 또 다른 학습의 기회를 발생시켰다. 동아리 구성원 수에 따라 학습자-교수자 1:1 매칭에 가깝게 되는 경우 장애 학습자들에게도 더욱 높은 효율의 학습기회를 제공하게 되니 윈윈이다. 새로운 접점에서 발생해 참여자 모두가 학습경험이 증폭된 좋은 사례다. 자연스럽게 인적교류도 활발해 졌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식 동아리 경우 시각장애인 협회와 자매결연을 맺어 직접 담근 물김치, 된장 등 나눔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프래밀리는 학습동아리가 지역민들과 어우러지는 새로운 확장성을 보여준다.(사진 출처: 충주시)
평생학습이 수직적 수평적 통합을 지향한다면 무대는 더 이상 건물과 교실에 국한되지 않는다. 평생학습에 헌신한 여러 선구자들의 활동이 그러했듯 평생학습은 언제나 장벽을 넘는 개척의 역사를 가졌고 그 최전선은 결국 지역사회 참여로 귀결된다. 충주시에서 평생학습과 지역사회 융화의 한 축은 학습동아리가 맡고 있다. 학습이 학습동아리 결성으로, 동아리 활동은 지역사회 확산으로, 지역사회 확산은 다시 평생교육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선순환 과정 속에서 발생한 시민들의 학습 기회 증가와 역량강화. 학습과 지역사회 참여 경험 속에서 피어난 행복감과 자기 주도성은 선순환을 지속 확장 시키는 동력이 된다. 충주시에서 잘 조성된 학습동아리는 평생학습의 지역사회 진출에서 경쟁력 있는 자원이 되었다. 시민이 주도적으로 삶의 장소를 가꾸어 가는 과정, 충주시는 그렇게 평생학습 개척의 역사에서 인지도와 당위성을 확보하는 주요한 힘의 원천, 학습동아리라는 꽃을 지역사회 곳곳에 틔우기 시작했다.

충주시는 지난해 평생학습도시 재지정과 함께 우수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되었다.(사진 출처: 충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