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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야기가 있는 만남 <맛남살롱>

충주시 남성 평생교육사 트리오

  • 충북평생교육진흥원 김규영 전문연구원
그들을 처음 만난 곳은 과거 어느 치킨집 구석 자리였다. 마침 그들이 자리한 테이블 위 전등은 수명을 다했는지 옆 테이블보다 상대적으로 어두컴컴했다. 전국적으로 흔치 않은, 어쩌면 전국 유일의 남성 셋으로만 이루어진 충주시 평생교육사 트리오다. 맥주잔을 앞에 두고 트리오의 맏형 박성재 평생교육사가 남은 둘을 향해 “야 니들이 하는게 뭐가 있어”라고 일갈했을 때 조만간 주먹다짐이라도 발생할 줄 알았건만 예상은 물론 보기 좋게 엇나갔다. “그러는 형은”이라던지, “이 꼰대가”라던지 곧바로 튕겨져 나온 반응들이 적절하게 화목했고,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나이도 경력도 가장 앞선 박성재 평생교육사는 충주시 평생학습관에서 학습정책팀에 속해있다. 2015년 그가 충주시에서 근무한 이래로, 평생학습도시 및 우수평생학습도시와 장애인평생학습도시에 선정되었고 대한민국 평생학습 대상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으니, 굵직한 충주시 평생학습 서사를 만든 장본인이라고 할 수 도 있겠다. 맡고 있는 업무도 평생학습도시 주요계획 수립, 평생교육협의회 및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 충주시 평생학습 실태조사 및 분석, 평생학습박람회 기획 및 운영, 국가 공모사업 운영, 장애인평생학습도시 사업 운영, 융합·창조 동아리 운영 등 많고 크다. 과연 “하는게 뭐있냐” 크게 내지를 수 있겠다만, 물론 그렇지만도 않다. 어느 지역 어느 평생교육사들이 그러하듯 사람 한 둘로 충당될 업무였던가. 2020년 5월, 10월에 각각 충주시에 합류한 허용진, 김준태 평생교육사는 현재 학습운영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허용진 평생교육사는 성인문해학교 지원, 찾아가는 한글교실 운영 및 문해한마당 등 문해교육과 충주인생디자인학교, 퇴근길 랜선배움터 등 직장인과 중년층 교육을 맡고 있다. 김준태 평생교육사는 읍면동 평생학습센터, 대학 협력사업, 초·중·고 방학 특별프로그램 운영 등 관할 지역을 아우르고 지역 친화적인 사업들을 담당하고 있다.

허용진 평생교육사 지난해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관내 5개 문해교육기관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이건 전국적으로도 드문 케이스”라는 그의 말처럼 충주시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상을 비롯 5개 시화전 작품 수상을 해 충북 최다 작품 수상 기록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충주시가 지원하고 있는 문해교육기관 중 두 곳은 초등학력 인정 기관기관이며 작년 코로나로 위축된 환경 속에서도 68명의 검정고시 합격자를 배출했다. 또한 현재 문해교육센터 2곳을 운영 중에 있으며 이후 읍면동까지 확장을 기대, 관내 모든 영역에서 문해교육 모든 인프라 완성을 바라보고 있다. 충주인생디자인학교 경우 중장년 세대를 위한 과정으로 대학 과정의 그것과 유사하게 설계되었다. 8개 분야(재무, 건강 등)를 교양필수개념의 공통과정과, 전문분야 지식 습득과 자격증 취득으로 취업과 창업에 연계하는 전공학과제를 도입해 신중년층의 제2의 인생설계를 책임지고 있다.

도농복합도시 특성을 가진 충주시에서 김준태 평생교육사의 고민은 ‘지역참여 접근성 확대’다. 도심지역과 농촌지역의 상반된 환경 속에서 읍면동평생학습센터 활성화가 녹록치 않지만 ‘쉽게 와서 언제든 학습활동 할 수 있는 인프라 도시’를 만들고자하는 그의 목표와 관련 있어 고심되고 신중하다. 그가 진행하고 있는 대학 협력사업도 지역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지역 대학과 협력하여 대학에서 진행되는 교양 강의를 시민들에게 보다 수준 높은 교육의 기회를 마련했다. 학습의 문턱을 낮춰 문학, 역사, 철학, 창업 등 대학 교수들이 지닌 전문적 지식이 시민들에게 쉽게 공유되도록 만들었다. 대학 협력 사업이 어른세대를 위한 과정이라면 방학 특별프로그램은 초·중·고 학령기 학생들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과정이다. 영어 원어민 강사가 진행하는 온라인 강의를 비롯해 코딩, 유튜브, 요리 강좌 등 아이들 시선에 맞춘 교육과정을 진행하며, 학습 매니저들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 돌봄 기능도 탑재해 아이와 학부모 모두에게 호평이다.

트리오 모두 바쁜 일상을 보내지만 허물없는 관계를 유지의 비결은 한주를 마무리하는 불금의 술자리다. “금요일 저녁이면 매번 술자리를 가질 정도로 셋이 케미가 좋아요.” 어느 집 삼형제처럼 모이면 툭닥거리고 시끌벅적한 충주시 평생교육사 트리오지만 그만큼 직장동료 이상의 끈끈한 우애의 방증이라 생각한다. 다 같이 모인 자리를 벗어나 인터뷰를 위해 각각 따로 만났을 때는 또 서로에 애틋한 표현도 서슴치 않는다. 김준태 평생교육사는 ‘서로 의지가 되는’ 동료라 표현하며 일터에서의 사람 복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박성재 평생교육사의 득녀, 허용진 평생교육사의 결혼 등 각자 가정의 경사 덕분에 불금의 술자리는 예전처럼 열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홀로 남은 김준태 평생교육사에겐 “장가를 가야 할텐데”라는 먼저 간 두 명의 걱정어린 조언이 추가되었다.

주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맘편히 부담없이 찾아올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야 할 것, 그리고 학습이 삶의 활용으로 이어지도록 할 것. 공통된 목표 속에 충주시 트리오는 언제나 바삐바삐 움직이고 고민도 깊다. ‘하는게 뭐있냐’는 면박 아닌 면박은 바라보고 있는 목표치가 크기에, 가야할 길이 멀기에 다그치는 자기 암시가 아닐까 홀로 생각해본다. 바라보는 산이 클수록 걸어야 하는 길이 많은 법. 충주시 남성 평생학습사 트리오는 오늘도 서로 툭닥거리며 목표를 위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다. 셋이라 더 든든한 발걸음이다.

국적으로 흔치 않은, 어쩌면 전국 유일의 남성 셋으로만 이루어진 충주시 평생교육사 트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