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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 찾아가는 전국8도 <생생 현장>

마을을 바꾸는 한 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

  • 충북평생교육진흥원 김규영 전문연구원
‘광역버스 운행 추진 서명 동참해주세요’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주민자치센터입구. 주민자치프로그램 수강생 모집 포스터와 함께 현수막이 걸려있다.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가 주관하는 추진사업으로 서종-잠실간 광역버스 유치를 위한 서명 운동이다. 서종마을은 주민자치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으로 익히 알려진 곳이다. 위원회를 포함한 여러 지역공동체의 활동은 2015대한민국경관대상 농어촌경관 부문 최우수상를 비롯 제3회 전국행복마을만들기콘테스트 읍·면 농촌운동 분야 동상, 경기도 주민자치대회 최우수상 등 모범사례로 널리 인정받았다. 주민자치위원회 김미경 사무장은 마을 현안에 직접적인 움직임에 힘을 실어준 것이 다름아닌 ‘평생교육’이라 말한다. 마을공동체와 평생교육이 만나 활동적인 주민자치 활동으로 이어졌다는 것. 평생교육으로 바뀌어가는 마을, 경기도 양평군 서종마을을 가보았다.

북한강을 접하고 있는 서종마을은 이제 인구 1만을 넘어섰다.
서종면 문화예술학습마을은 2014년부터는 경기평생학습마을로 지정되었다.


서종면 평생학습마을 배경
양평군 두물머리에서 북한강을 왼편에 두고 차로 5분 거리, 옛 문호리 나루터 인근에 서종면사무소가 있다. 서종면사무소는 북한강 갤러리 서종작은도서관, 주민자치센터, 서종보건지소, 서종면목욕탕이 촘촘히 모여 있는 서종면 중심지다. 입구에 들어서면 하얗게 단장된 북한강 갤러리가 면사무소 부지 가장 앞단에서 방문객을 마중하고 있다.

옛 소방서를 개조해 만든 갤러리는 덕분에 시원하게 높은 천정을 가지고 있어, 규모는 작아도 공간 개방감이 크다. 주민자치위원회와 서종마을디자인운동본부가 주민들과 함께해 마을 갤러리로 재탄생시킨 장소이다. 공간활용 방안부터 내부조성 인테리어, 갤러리 명칭까지 합의를 통해 결정되었다. 2주씩 매월 두 차례 전시가 진행되고 있으며 기성작가, 작가지망생 작품뿐만 아니라 주민 공동체의 창작물 또는 활동물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주민자치위원회 김미경 사무장. 북한강갤러리는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이 힘을 모아 새롭게 서종면 명소로 자리한 대표 사례다.
서종면에는 주민자치 활동이 원활히 발생할 수 있던 배경이 있다. 과거 수도권 여러 마을이 그러했듯 서종면도 이촌향도 현상을 직격으로 겪었다. 하지만 3,000명대까지 줄어들었던 인구는 1990년대 기점으로 늘어나기 시작해서 현재는 10,000명을 돌파했다. 귀촌 움직임과 함께 도심에서 다시 인구가 유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도심과 가까운 거리, 북한강을 비롯한 자연환경은 서종마을이 거주 주민 중 상대적으로 높은 젊은층 비율과 작가를 비롯한 전문직 계통 직업을 가진 주민 비율을 갖게 된 배경이다. 이러한 배경은 주민자치위원회와 위원회 기획분과에서 파생된 서종마을 디자인운동본부가 보다 자체적인 지역 콘텐츠를 만드는데 보다 활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토양이 되었다.

든든한 토양에서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게 된 계기는 경기도에서 시행한 마을만들기공모지원사업과 농촌지원중심지활성화사업, 양평군에서 주최한 행복공동체 지역 만들기 사업 등이다. 지리적 환경과 인적 토양 위에 밑거름이 되어 다양한 지역역량강화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2014년부터는 경기평생학습마을로 지정되어 ‘서종면 문화예술학습마을’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경기도 내 평생학습마을 중 주민자치위원회가 수행주최기관이 된 경우는 서종면이 처음이었다.

변곡점이된 평생학습마을 공동체
평생학습마을 공동체란 마을안에서 잠재된 지역주민을 마을리더, 주민강사, 코디네이터 등으로 육성하고 이들을 다시 지역인재 개발에 투입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마을자치와 공동체를 활성화를 위해 선정된 마을 및 공동체를 말한다. 경기도와 양평군의 주민참여예산제 성격 공모사업은 아름다운 마을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가 디자인운동본부(비영리단체_NPO) 발족시키고 참여하는데 변곡점이 되었다. 서종면이 가진 잠재력을 알아본 양평군 평생학습관 평생학습사의 조언이 계기를 만들었다. 여러 공모사업에 신청, 선정되면서 서종마을은 협의와 논의의 절차가 작동되었고 집단지성이 도출되었다.

면사무소 어귀에 있던 북한강갤러리가 문화예술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작업이었다. 북한강 갤러리 앞 느티나무 쉼터와 그 옆 벽화도 대표적인 사례다. 서종작은도서관 벽면은 작은 도자기 조각들로 꾸며져 있다. 양평군에서 첫 3.1운동 발생지인 서종을 기리는 벽화다. 처음에는 기념비를 건립해 이를 기념하기로 계획되었다. 하지만 5개단체협의회와 주민들이 모여 수차례 회의를 가졌고 그 끝에 지금의 벽화와 작은 공원 형태로 조성하기로 하였다. 서종 주민이 성금을 모으고 서종 주민들이 조각 하나씩 붙여 지금의 기념 벽화를 완성했다. 자칫 밋밋하게 비석으로만 기념될 공간이 ‘내’ 손때 묻은 닿은 기념 벽화로 탈바꿈한 것이다. 손때가 탄 만큼 정이 들
주민들이 손수 조성한 서종면 3·1운동 만세 시위지 벽화
벽화 옆 아름드리 나무 아래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차량 3대 정도 주차 공간을 새롭게 바꾼 공간이다. 주민센터 민원인들이 잠시 땀을 식히고 서류를 검토하기도, 작은도서관에서 책을 보던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깔깔대기도 하는 장소다. 근처 초등학교 아이들이 붙여준 ‘한뼘공원’이란 별명은 이제 정식 명칭이 되었다. 조성에는 서종면사무소, 주민자치위원회, 작은 도서관 청년회가 함께 했다. 10여차례 회의로 위치와 형태, 디자인, 조립, 청소 등 매 과정에 주민참여가 함께했다. 주차공간 축소에 대한 우려와 반대도 있었지만 함께였기에 가능한 변화였다.

2018년 12월에는 ‘서종면 100년사’가 출간되었다. 마을주민 스스로가 서종100년 편찬위원회를 구성하여 마을 역사 기록한 사업의 결과물이다. 책이 발간된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는 현재진행형 작업이며, 주민 스스로가 기획, 취재하여 글과 사진 편집을 진행, 마을 주민이 함께 지역을 연구할 수 있는 배경적 토대를 만들었다. 주민이 자발적으로 모여 아이디어를 만들고 실행해 옮겨 조금씩 변해가는 마을. 참여를 통해 만들어가는 변화의 과정자체가 마을사람들의 정주의식이 성장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면사무소 어귀에 있는 한뼘공원. 인근 아이들은 작은 이 공간에서 어울리고 성장한다.
서종마을 사람들은 뜻을 모아 마을 100년사를 발간했고, 기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뼘에서 시작해 마을 전체로
서종마을이 굵직굵직한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성과를 만드는데는 자치위원회가 구심점이 되었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주민자치위원회 외 이장협의회, 새마을협의회, 새마을부녀회, 청년회 등 5개 단체 협의회를 비롯 여러 주민들과 단체가 협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벽화도 한뼘공원도, 모두 협력의 결과물이었다. 문호교 북단 회양목 화단 설치 작업은 협력의 과정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북한강을 접하고 있는 서종면은 인근 수도권에서 많이 찾는 관광지다. 찾는 이들이 많은 만큼 놓고 간 흔적들(쓰레기)도 많았다. 한 두 사람이 놓고 간 쓰레기는 서너사람의 쓰레기를 부르고 금세 마을 곳곳은 마구잡이로 버려진 쓰레기 스팟(spot)이 생겨났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장협의회, 미화원 등과 협력해 주요 스팟에 화단을 조성했다. 화단은 방문객들의 양심을 자극해 무단투기를 막았고, 대신 관광객이 모이는 주요 장소 중 화단이 있지 않은 영역에 쓰레기가 집중되었다. 이때 서종면과 청년회가 손을 보탰다. 각 마을에서 쓰레기 적치 장소를 화단으로 조성하고 마을 쓰레기 적치장소를 새롭게 만들었다. 위원회의 작은 움직임이 연쇄반응을 이끌어 마을 환경이 전체적으로 개선되는 결과를 만든 것이다.

마을 환경 개선사업도 현재 진행형이다. 주민자취위원회뿐만 아니라 마을이장단, 새마을협의회 등 마을 산책로 환경정화 봉사 활동이 지속되고 있고 최근에는 패티켓 홍보도 실시하였다. 북한강변 산책로 곳곳에 현수막으로 패티켓 캠페인을 벌였고, 단순히 쓰레기를 줍고 치우는 행위에서 플래카드 거는 행위로 한발짝 더 나아갔더니 효과는 굉장했다. 무려 80%로 개선 효과를 보였다 한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까? 발생한 문제의식이 여러 단체의 협의를 거쳐 실천으로 옮겨졌고 과거의 경험과 성취가 지금 더 새로운 현안과 바램을 꿈꾸게 만들었다. 활동이 다양해지는 만큼 이장단 새마을운동, 어촌계 등 여러 조직과 기관과 콜라보도 다양해지고 있다. 말그대로 협치다. 반복된 선순환이 불러온 가속이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지금은 광역버스 유치와 같은 직접적인 현안에도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어촌계와 협력하여 뗏목체험 공모사업을 유치하여 지역축제로 확장시킬 보다 큰 꿈도 꾸고 있다. 공모사업으로 마을 환경이 개선되고 지역 예산까지 절감, 확대 효과는 기본이다. 작은 봉사에서 시작한 움직임이 마을을 큰틀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마을을 바꾸고 더 나은 사회를 지향한다는 것이 이제 서종마을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함께 학습하고 실천하는 문화, 배우고 나눔으로서 재생산되는 지역 콘텐츠와 삶의 개선.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개인과 단체가 모여 지속해서 마을 활동을 발전시키는데 참여하고 그들이 모여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민관이 협동하여 공간과 장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순환구조는 이상적인 평생학습마을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마을을 떠나기 전 한뼘공원을 다시 둘러보았다. 무엇이 그리 재미난지 아이들이 느티나무아래 앉아 웃음꽃을 피운다. 서종 주민들 한명 한명이 모여 만들어낸 작은 공간에서 아이들이 성장한다. 서종 문화예술마을은 그렇게 한 뼘씩 한 뼘씩 주민이 주인이 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는 광역버스 운행 추진 운동과 같은 마을 현안에 적극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주민공모로 서종면 자연과 환경을 이미지화한 서종면 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