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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눈으로 바라본 평생교육 <시선>

“운전 예절 교육 받으셨나요?”
(2021년도에는 교통안전 리터러시 교육을)

  • 황 금 산
  • (TBN 대전교통방송 PD)
# A씨 (55세 회사원. 운전경력 30년) : 운전대만 잡으면 불같은 성격으로 바뀐다. 앞 차가 가로막으면 무조건 추월해야 하고 고속도로에서는 ‘칼치기’도 다반사. 평소에는 차분한 성격에 속하는 편인데 운전은 거칠고 만약 시비가 붙으면 보복운전이나 욕설도 튀어나온다.

# B씨 (35세 여성 자유영업직. 운전경력 10년) : 일단 차에 오르면 시동 걸면서 스마트폰부터 든다. 운전하는 동안 거의 거래처나 친구들과 통화를 하면서 운전한다. 간혹 신호를 보지 못한 채 지나칠 때도 많다. SNS의 내용 확인하다 대기 중 출발을 늦게 해서 뒤차를 불편하게 한다.

# C씨 (46세 자영업자. 운전경력 25년) : 비싼 수입차를 몰면서 주차할 때 주차선을 지키지 않으며 불법주차도 잦다. 담배를 피우다 꽁초는 창밖에 버린다. 예전에는 재떨이까지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 D씨 (51세 주부. 운전경력 14년) : 평소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편이지만 운전할 때 무조건 1차로(고속도로에서는 추월차로)를 정속 주행한다. 답답한 뒷차들은 오른쪽으로 추월해야 한다. 뒤차로부터 경음기나 상향등 재촉을 받으면 일부러 속도를 줄인다.

네명의 운전자들. 공통점은 무엇일까. 성격이 급하거나 지나치게 차분한 사람? 자기중심적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 아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동차운전면허증은 있지만 ‘도로교통 예절교육’이나 ‘운전 예의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받지 못한 게 아니라 교육을 받을 기회도, 필요도 없었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기본예절을 배우지 못한 채 자동차 운전대를 잡는다. 도로의 무법자로 일부 운전자들이 전락 되는 이유이다.

자신의 인격과 무관하게 운전 예의가 없어지는 건 익명성이 보장되는 자동차의 특성 때문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심지어 자녀를 태우고 운전하면서 욕설을 퍼붓는 운전자도 우리 주변에 있다. 생각보다 많다. 이쯤 되면 사회적 중병에 해당된다. 왜 평소 품위 있는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분노조절 장애가 되는 걸까. 나 자신의 모습이 짙게 틴틴(썬팅)된 차 유리에 잘 가려져 있기 때문에 교양이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부터 무장 해제되기 때문일 것이다. 운전대를 잡으면 당연히 그 사람의 인격이 드러난다. 언어 습관이나 버릇, 사고 방식 등이 그대로 노출된다. 운전예절이 곧 자신의 품격이 되는 것이다. 예의 바른 사람을 만들기 위해 학교 교육에서는 윤리나 도덕 학습에 집중하지만 운전은 이런 운전 예절 훈련 과정이 없다.

면허시험에서는 차량조작 능력에 집중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심성 분야는 면허를 딴 후에 간단히 학습하는 정도에 그친다. 배려 운전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자율주행차량이라면 배려 운전이 불필요하겠지만 최소한 그 전까지는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은 안전을 위해 기본 매너를 지켜야 한다.

이륜차가 많아 도로 상황이 극도로 혼잡한 베트남의 경우 철칙이 있다고 한다. 무조건 약자 우선이다. 큰 차 보다는 작은 차, 자전거 보다는 사람이 먼저, 오토바이 보다는 자전거가 우선이다. 즉, 혼잡한 도로에서 우선 통행 순위는 사람 – 수레, 자전거 – 오토바이 – 소형차 – 중형차 – 대형차 등의 순서인 거다. 이렇게 약자를 보호하다보니 혼잡한 도로에서 놀라울 정도로 사고가 적다. 아무리 혼잡하더라도 뛰지 않고 도로를 천천히 걸어가면 다칠 일이 거의 없다. 보행자를 다음 순위의 차량들이 보호하기 때문이다. 장기간 훈련이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떤가. 일단 크고 비싸고 목소리 큰 차가 우선이다. 경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느끼는 점이 바로 큰 차의 위협이다.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 통행우선 순위를 작은 자동차 우선으로 바꾸고 싶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운전면허를 딸 때 드는 비용은 평균 50만원(승용차 기준)정도이다. 그런데 선진국의 경우처럼 구술시험은 없다. 당연히 합격률이 높다.

핀란드는 2년 무사고 운전 후에 정식 면허증을 주고 독일의 경우도 필기시험부터 어려워 두 명 중 한 명밖에 합격하지 못한다. 이들 나라에 비해 운전면허증 취득이 상대적으로 쉬운 우리나라의 초보운전자들. 1만 명당 70여건의 교통사고를 1년 이내에 낸다. 더욱이 교통안전교육은 응시 전에 약간의 운전예절 분야가 포함된 한 시간짜리 영상 시청이 전부다. 도로교통법 제78조는 이 교육에 운전자가 갖춰야 하는 기본예절을 명시하고 있지만 기본 소양에 대한 부분을 전반적으로 다루다 보니 관련 내용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보완책을 관계 기관에서는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최충신 교수는 “면허가 취소나 정지되지 않는 한 평생 안전교육은 받지 않아도 되는 현행 법규를 보완해 도로교통공단에서는 2022년부터 면허 갱신 때 3시간 동안 예외 없이 교통안전교육을 받도록 추진하고 있다”면서 “일반적인 개정된 도로교통 법규 뿐 만 아니라 운전 예절과 교통 윤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천대학교 허억 교수도 “학교 정규 교육 과정에 교통안전과 예절 부문을 신설하기 어렵다면 수능이 끝난 뒤에라도 의무적인 교통예절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고 밝히고 “장기적으로는 유럽의 교통선진국처럼 유치원 때부터 교통안전과 예절 교육을 편성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교육 내용은 어떤 게 좋을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교통예절이 곧 안전과 직결되고 심성 교육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한다. 어차피 교통 예절의 시작은 양보와 배려이기 때문이다. 교통방송을 비롯한 수많은 언론매체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교통 캠페인의 주제는 결국 양보와 배려다. 약자인 보행자 중심으로 인식이 전환된다면 교통사고는 막을 수 있다. 필자는 사례들을 중심으로 기본을 지키지 못해 상대 운전자를 화나게 하는 경우를 교통방송에서 정리해 본적이 있다. 법규에도 나와 있는 당연한 운전자의 자세이지만 지켜지지 않는 것들의 1순위는 방향지시등이다. 습관화되지 않거나 딴 짓 하느라 생략한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하더라도 습관을 위해 방향지시등은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두 번째는 운전에 집중하지 않는 거다. 스마트폰 등 미디어 기기가 많아진 요즘 그런 것들에 열중하다보니 출발이 늦거나 너무 느리게 진행해 흐름을 방해하거나, 차선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 대다수가 전방주시 태만으로 이어지고 사고를 유발하기 일쑤이다. 세 번째는 운전 수신호에 인색한 경우다. 감사 표시라든지 위험을 알릴 때, 오해 없이 상황을 전달하는 운전 수신호를 모르거나 생략한 경우 보복운전을 불러 올 수 있다. 네 번째는 조급함이다. 늦게 출발하면 조급해 질 수 밖에 없다. 여유롭게 출발하는 것 자체가 과속으로 인한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2019년 기준 2천3백 만 대(도로교통공단 자료)를 넘어섰다. 충청북도에만 특수차를 포함해 83만7천여 대가 등록되어 있다. 승용차만 64만5천여 대가 움직인다. 교통사고로 인해 2019년 한해 3천3백49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운전할 때는 운전에 집중해야 한다. 음주나 과속, 난폭운전 모두 집중을 방해한다. 운전예절은 이런 기본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된다. 아름다운 교통문화는 배려하는 운전예절에서부터 시작된다. 시민 교육 과정에서 도로교통 예절 즉, 교통안전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면 당연히 교통안전의 성과가 높아지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