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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만남 <맛남살롱>

다사리학교 송상호 교장

장애인 평생학습 생태계를 변화하고자 오늘도 현장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다사리학교 송상호 교장 선생님(이하, 송상호 교장)을 만났습니다. 송상호 교장을 만나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원래부터 장애인 관련 교육이나 복지에 관심이 있었는지,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다사리학교는 장애인의 삶의 질 높여주고 학습하는 즐거움을 알려주기 위해 평생교육 6진 분류에 따라서 모든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Q. 1999년 늘푸른 야학 교사였다가 한 장애인의 부탁으로 지하 1층에서 장애인을 위한 수업을 시작한 것이 다사리학교 시초라고 알고 있습니다. 혹시 그전에도 장애인 평생교육에 관심이 있으셨는지, 이렇게 지금껏 장애인 평생교육 관련 일을 하고 있는 것을 예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원래 저는 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천문학과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청주대학교 천문학과 2학년일 때 학교 앞에서 집회가 벌어진 거예요. 제가 매일 눈으로 보는 현장이 있는데 신문에 나오는 내용은 너무나 다르더라고요. 언론에서 실상 그대로를 보여주지 않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에 많은 심리적 갈등이 생겼죠. 이런 광경을 모두 보고도 천문학을 공부한다는 것이 조금 부끄럽게 느껴졌어요. 그때 저와 친했던 선배가 눈물을 흘리며 저들을 위한 길을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혼자 일주일 간 도보여행을 했는데 그때 결심했어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살겠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3일만 일하고 나머지 이틀은 야학에 가서 봉사를 했어요. 3일은 돈을 벌고 2일은 돈을 내는 거죠(웃음).

Q. 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천문학과 학생이었다는 게 놀라워요. 그 길을 포기한 게 아쉽지는 않으세요?
A. 지금은 취미로 하고 있으니까요. 도시에서는 별이 안 보인다고 하는데 그건 빛이 많기 때문에 안 보이는 거예요. 광공해라고 하죠. 어두운 곳에 가면 잘 보여요. 물론 도시 외곽으로 가면 더 잘 보이긴 해요.

밤하늘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송 교장선생님이 직접 찍은 천체 사진
Q. 다사리학교가 지하1층에서 장애인 두 분을 모시고 시작했잖아요. 그 이야기가 궁금해요.
A. 당시 야학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이랑 비문해 4050 주부를 대상으로 수업이 이루어졌어요. 그 중 한 분이 경증 장애인이었는데 그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우리 남편도 장애인인데 공부를 하고 싶어 한다. 남편은 청각장애, 지적장애, 언어장애가 있었어요. 부부가 평생 대화도 제대로 못해보고 사니 아내가 괴로운 거죠. 그런 사정을 듣고 학교에서 회의를 했어요. 어떻게 할까, 우리가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일단 해보자라고 해서 특별반이 편성됐죠. 그러다가 장애인 공감캠프를 하게 됐는데 그때 오신 분들이 “나도 공부 못 했어요.”, “나도 공부하고 싶어요.” 라고 하시는 거죠. 한 번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 그렇게 2004년 자원교사를 모집하고 방문학습으로 시작했어요. 장애인 10명, 교사 10명이 모여서 국어, 영어, 수학을 가르치는 검정고시반을 운영하는데 교사 배치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공간을 만들어보자 했던 게 2006년이었고 본격적으로 장애인 야학을 시작하게 된 겁니다. 다사리학교의 첫 학생이었던 그 부부는 지금까지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얼마 전에 부인이 그러더라고요. 남편한테 “사랑해”라는 말을 들었다고요.

Q. 그런데 청각장애, 지적장애, 언어장애가 있는 분을 어떻게 가르치신 거예요?
A. 장애 유형에는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가 있어요. 신체적 장애는 수준을 조금만 낮춰서 접근하면 돼요. 정신적 장애는 지적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죠. 자기 이름 쓰기, 숫자 세기, 이 정도로 목표를 잡고 공부를 해요. 더 중요한 것은 관계를 맺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거죠.

Q.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누구인가요?
A. 외국에서 온 웨인이라는 분이예요. 언어장애와 자폐성 장애가 있었죠. 제스처로 소통을 하면서 학교를 잘 다녔어요. 그런데 기차를 타고 가다가 발작이 일어났고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말았어요. 한국에는 연고가 없으니 학교장으로 장례를 치러주었는데 많이 안타깝습니다. 의미 있는 일도 많아요. 중학교, 고등학교 학력 취득을 하시고 대학교까지 진학해서 사회복지사로 기관에 취업하는 분도 많고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하는 분도 있어요.

Q. 다사리학교가 충북평생교육진흥원의 공모사업 선정 기관이잖아요. 실내식물관리사 과정을 진행하셨는데 어떠셨나요?
A. 더자람이라는 곳과 연계하여 과정을 진행하였는데 성실하게 수업에 참여한 만큼 실내식물관리사 자격증 취득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요. 학교 안에 직접 만든 화분들이 많아요. 나중에 보여드릴게요.

2020년 충청북도평생교육진흥원 프로그램 지원사업을 통한 ‘실내식물관리사’ 발달장애인 사회적 농업 작품
Q. 보통 발달장애인끼리 협업이 쉽지 않다고 알고 있어요. 장애인들이 화분을 가꾸고 도시농업을 하고 체육활동을 하는 것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A.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수업을 하다보면 특징이 보여요. 하루 종일 청소만 하려는 분은 지금도 화장실 손잡이를 닦고 그러셔요. 정신장애 관련된 분들은 소리를 지르거나 폭력만 아니면 다 용인이 됩니다.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것이 목표니까요.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에는 비장애인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 과정이 조금 더 길 뿐이지 장애인들도 충분히 관계를 맺을 수 있어요. 언어를 사용하지 않을 뿐이죠.

Q. 타 지자체의 장애인 평생교육과 관련한 인상 깊은 사례가 궁금합니다. (지원체제, 사업, 프로그램 등)
A. 경기도나 서울은 너무나 잘 되어있죠. 특히 경기도는 도 차원에서 장애인평생교육기관 활성화 지원을 하고 있고 서울은 구별로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가 있어요. 지적장애인이나 자폐성 장애인들이 갈 곳이 없어요. 보호작업장으로 가는데 그건 노동이 아니라 보호에 더 중점을 두고 있죠. 충북 마을 단위 장애인 평생교육이 이루어져야 해요. 청주에도 최소 구마다 장애인 평생교육기관이 있어야 하고요. 2010년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을 전수조사 하니 복지관 정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체계적 교육적 접근보다는 돌봄에 집중하고 있거든요. 장애인 평생교육이 동 단위, 지역 단위에서 진행되어야하는 건 이동이 불편하기 때문이예요. 근거리 학습공간이 있어야 하는 거죠. 현재 청주시평생학습관에서 관심을 보여서 다사리학교, 장애인복지관 등 네트워크가 되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니 앞으로 더 발전이 되겠죠. 근본적으로 거대복지관 시설이 아니고 주민센터를 기반으로 짜여져서 지근거리에서 학습이 이루어져야 해요. 주민센터와 연결이 되는 동별, 마을별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Q. 다사리’라는 의미가 ‘다사리어 말하게 하다’ 즉, 스스로 자기의 이야기를 말해야한다 라는 뜻을 담고 있다는 걸 들었습니다. 실제로 장애인 인권 현장에서 선생님께서 목소리를 보태주시는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요, 현장 외, 장애인 관련 외,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 하고 싶은 ‘자기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A. 개인적인 제 목표로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기본소득운동입니다. 장마, 산불, 코로나, 태풍이 일상화가 됐어요. 미국의 경우 대형 태풍이 몇 년에 한 번 오던 게 이제는 1년에 몇 차례씩 오죠. 기후위기입니다. 기후변화는 또 다른 불평등을 낳아요. 냉방과 난방을 할 수 없는 취약계층이 바로 타격을 받아요. 생산을 축소하고 순환경제를 위해서 재활용과 재사용이 일상화되어야 해요. 과다생산, 과다소비, 과다폐기 세상이죠. 예를 들면 휴대폰을 보세요. 2년마다 바꾸기 위한 시스템이 만들어졌어요. 한국의 탄소사용량이 4위입니다. 지구가 못 견뎌요. 기본소득운동도 같은 선상입니다. 상위 10%의 부자가 전체 50%의 부를 가져가고, 상위 1%가 30%의 부를 가져가요. 부가 너무 편중되어 있는 거죠. 앞으로 전반적으로 일자리가 줄 텐데 장애인, 농민, 사회취약계층의 생존을 위한 기본소득을 논의해야합니다. 삶의 기반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이건 다른 계층도 마찬가지예요.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비가 줄어드니까 중소상인이 망하죠. 거기에 연결된 기업도 망해요. 인류문명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