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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눈으로 바라본 평생교육 <시선>

평생교육시대 직업의 미래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활동, ‘장직’-

  • 이정원
  • 한국창직협회 협회장
“현재는 산업혁명보다 10배 빠르고, 300배 더 크고, 3,000배 더 강하다.” 맥킨지가 출간한 ’미래의 속도‘에 나온 내용이다. 속도감을 느낄 새도 없이 너무나 빠르고 강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 현재 세상이다. ‘세상의 변화속도에 따라 직업도 같은 속도로 변화한다.’ 라고 필자는 강조해왔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부지불식간에 생기고 사라진 직업들이 숱하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기존의 변화와는 양상이 전혀 다른 전면적인 직업 변화의 바람이 우리를 덮치고 있다.

모든 것이 변해버린 세상을 골동품(?)이나 다름없는 기존의 경험과 기술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신중년은 몇 십 년 동안 켜켜이 쌓아왔던 본인의 경험과 기술이 더 이상 쓸모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청년층도 예외는 없다. 더 큰 문제는 세상의 교육이 과연 급속도로 변화하는 직업세계에 대응하고 미래 사회를 견인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의 여부다.

뉴노멀 시대, 먹고 살기 급급했던 시절의 생계형 직업 가치가 아닌 자신의 경력과 경험을 사회에 의미 있게 발산하고 가치를 찾는 일자리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필자는 이를 위한 방안으로 평생학습을 통한 ‘창직’을 제안한다.

잠깐 숨을 고르고 주위를 둘러보자. 특히 직업의 변화에 주목해보자.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소셜미디어(SNS)전문가, 스마트영상작가, 스마트폰활용지도사, 스마트폰중독예방전문가 등의 직업이 출현했고, 반려동물 시대의 도래로 펫시터, 도그워커, 펫영양사 등이 새롭게 일자리로 자리 잡고 활동 중에 있다. 또 다른 예로 갈수록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짐에 따라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양극화, 고령화, 저출산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회 곳곳에 산재해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인플래너, 노인스포츠지도사, 디지털 장의사, 주거환경안정관리사, 공정여행기획가, 업사이클링전문가 등의 새로운 직업이 출현했다. 특히 오랫동안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회문제 분야는 신중년에게 관심이 많고 그동안의 경험과 기술,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할 수 있어서 활동가가 많은 편이다.

사전적 의미로 ‘창직(創職: Job Creation)’은 ‘비롯할, 시작할 創’과 ‘직업, 직분, 직무 職’이 결합되어 ‘새롭게 직업이나 직무를 시작하거나 만드는 활동’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창직의 뜻에는 매우 중요한 본질이 담겨있다. 무조건 새로운 직업을 창조하라는 의미보다는,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결국은 기존의 직업·직무를 바꾸고 새롭게 변화시키라는 의미이다. 즉, 창직은‘ 대한민국 1호 신직업을 만드는 활동을 넘어서 직업세계의 변화에 맞춰 스스로 사회나 기업에서 원하는 직무로 새롭게 전환하거나 개발하는 활동을 말한다. 창직의 눈을 뜨는 순간 자연스럽게 트렌드 및 시장분석력, 창의적인 문제해결력, 직무 간 융합과 세분화 능력, 리더십 등이 고루 함양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기존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기도 하지만, 기술의 발달이나 사회 변화 요인 등으로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일자리가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지체 차원에서 창직 활동을 지원한다면, 그 순간부터 사회공헌은 시작된다. 창직은 어떠한 형태로든 학문의 융합과 직무의 혁신을 불러온다. 이로 인하여 새로운 직무가 생기고 직업이 출현함으로써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선순환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일자리 창출만큼 사회에 더 큰 공헌이 어디 있을까?

그렇다면 창직 방법은 무엇일까? 창직은 멀리 있지도, 거창하지도 않다. 제일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그리고 주변과 관심 분야를 살피는 것부터 시작하자. 대부분의 창직활동가들은 자신의 적성과 관심사 또는 취미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주변의 상황, 동태, 흐름을 놓치지 않는 통찰을 통해 수요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욱 두드러진 점은 남보다 먼저 변화를 파악하고 변화를 주도해나갔다는 점이다.

창직의 사례를 살펴보면, 도시재난 시 안전과 대피를 도와 생명을 구하는 ‘도시재난전문가’ 우승엽 소장, 직장인들이 커리어의 기로에 섰을 때 최선의 진로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퇴사컨설턴트’ 손성곤 소장 등 시대변화에 따른 사회문제를 극복하고 기존에 없던 일자리까지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창직 활동은 자연스레 창업 혹은 사회적 기업과 연결되기도 한다. 자본취득을 목적으로 아이디어를 통해 창업하는 기존 방식과 다르게 창직은 노동의 가치에 목적을 두는데 이를 ‘창직형 창업’이라고 한다. 재활공학사인 김정현 대표는 반려동물의 재활에 관심을 가지면서 반려동물의 재활을 돕는 직업인 ‘반려동물재활공학사’를 창직하게 되었고, ‘펫츠오앤피’라는 국내최초의 반려동물 전문 재활기업을 설립하여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는데, 창직형 창업의 좋은 예이다.

이처럼 선순환적 기능이 있는 창직 활동을 위해서는 지역마다 창직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지역의 창업 보육을 담당하는 ‘창업보육센터’처럼 창직을 원스톱 지원할 수 있는 ‘창직지원센터’나 ‘창직지원단’ 등의 지자체 내 기구 조성이 절실하다. 이 기구는 지역 시민들이 직업세계의 통찰을 통해 직업·직무의 변화를 스스로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창직 역량을 키워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창직에 대한 전문 코칭과 컨설팅 할 수 있는 창직컨설턴트를 배치하여 창직 활동이 안정적으로 안착하기까지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을 해줌으로써 창직을 용이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창직을 통해 지역에 맞는 새로운 직업, 직무 개발로 이어져서 혁신적인 미래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 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진다면, 지역별로 특성화된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추고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에서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은 ‘창직’ 이 해답이 될 수 있다.

* 이정원 협회장 약력
- 현) 한국창직협회 협회장
- 전) 세계일보 국장
- 전) iMBC 팀장
- 저서 : 창직이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