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마을공동체 이야기 '동구밖과수원길'

금곡생태마을학교

  • 전미정
  • 금곡생태마을학교 실무운영자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대안, 서로가 돌보는 연수동 마을교육공동체

“시은아, 왔니?”하며 반갑게 맞아주는 맛동네 떡볶기 사장님. 충주의 1/4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연수동은 주거와 상권으로 형성된 곳이다. 우리는 맛있게 준비해주시는 사장님네 가서 간식을 먹는다. 그저 한번 방문으로 스치고 지나가는 손님이 아닌 우리는 단골손님이자 사장님 팬이다. 얼굴만 봐도 오늘 무슨 일이 있는지, 언제 지나가더라 하면서 이름을 부르고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정갈하게 해주시는 간식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그분들의 삶의 경험, 그리고 진로체험으로도 서로 교감하며 길 위에서 서로 아는 척하는, 우리는 서로 돌보는 사이다.

우리는 한솥밥 먹는 사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깊어져서 우리는 연수동행정복지센터에서 연수동금곡마을회관으로 거처를 옮겼다. 연수동 내에 위치하지만 주변에 분식점 하나 없는 조용한 자연마을이다. 배달 또한 잘 오지 않고 온다 해도 한참을 헤매는 일이 다분하다. 그래서 우리는 간식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매주 월요일 ‘도시농부’ 프로그램으로 농작물을 가꾼 것을 수확해서 어떤 메뉴를 하면 좋을지 의견도 나누고 재료를 만져가며 요리 과정을 함께한다. 바로 마을학교에서 열기가 뜨거운 ‘홈쿡’ 프로젝트다. 어떤 날은 실패도 하고 어떤 날은 재료를 많이 준비해서 이웃 할머님께 직접 배달도 해드린다. 할머니는 사과, 캬라멜, 요구르트와 함께 편지를 건네주시면서 너무 고맙다 하신다. 아이들은 기대 못했던 칭찬과 선물이었던지 요리만 하면 다 갖다 드리자고 성화다.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아이와 어른, 우리는 서로를 돌본다.
간식 사장님 인터뷰
포장도 예쁘게 해요
이웃과 간식 나눠요
경험교육의 길 위에서, 우리는 한 발짝 씩 나아간다.

‘마을은 아이를 품고, 아이가 자라마을을 품는다’는 슬로건과 함께 2017년 충주교육지원청의 충주행복교육지구 마을교육이 시작되었다.
1986년 서울의 운현초등학교와 영훈초등학교에서 시작한 경험교육을 계기로 2000년대 초반 전국에 불었던 ‘열린교육’으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경험교육이 더 강조된 요인은 2009년 혁신학교의 출발로 입시교육 중심인 기존의 학교 틀에서 ‘삶을 위한 교육’ 혹은 ‘삶과 교육의 일치’를 강조하면서 교육 방향의 큰 흐름을 만들었다. 2013년 몇몇 중학교에서 시작된 자유학기제는 한 학기 또는 두 학기 동안 지식·경쟁 중심에서 벗어나 실습과 토론 등으로 이루어진 참여형 수업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체험활동과 진로 탐색이 가능한 자기주도적인 학습으로 꿈과 끼를 탐색하는 교육과정운영이 현재는 전국 중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 시작된 고교학점제도 있다.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이수하고, 누적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로 지금까지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동일한 과목을 공부하는 현 교육체계에서 탈피, 대학생처럼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시간표를 짤 수 있도록 선택권을 넓혀주기 위한 취지로 시행되고 있디. 2025년에는 전체 고등학교로 확산될 계획이라고 한다.
수도권 대학의 진학률로 고등학교를 평가하여 예산을 배정했던 충주교육도 내년에는 77.14%의 시민들의 찬성으로 고등학교평준화로 학생들이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자동 배정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학교교육’ 과정은 학생들의 삶이 담긴 마을배움터에서 다양한 교육활동으로 ‘관계’와 ‘경험’으로 이어진다.

2018년 연수동행정복지센터에서 시작된 주민자치 프로젝트 일환인 ‘연수동마을계획단’에 모인 주민들이 ‘연원마을’ 마을신문, 그리고 2019년 ‘금곡생태마을학교’ 운영에 도전하여 2020년 올해 야심차게 아이들과 마을살이를 시작한 것이다.
마을축제
마을공부
마을산책길
온마을 배움터에서의 마을살이.

“해인 할머니 또 놀러올게요.” 아이들은 ‘이웃하기’ 프로그램으로 만나는 마을 어른들의 호칭이 좀 더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그저 지나치는 어른들이 아닌 민서할머니, 최종진 시인님, 회장 할아버지로 부른다. 효성신협 최종진이사장님은 시인이다. 직접 찾아뵙고 그의 이야기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 궁금한 점을 질문했다. 오일장이 열리는 연원시장에서는 상인 분들의 힘든 점을 묻는 인터뷰도 진행한다. 한주먹씩 챙겨주시는 사탕아줌마, 양말주시는 아저씨, 50년 동안 계속 힘들다하시는 야채아저씨, 그야말로 살아있는 교육현장이 아닐 수 없다.

금곡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계신 조용일 할아버지를 찾아뵙고 그의 인생 이야기도 듣는다. 옛 마을이야기를 연원마을신문에 기고해주셨는데 올해 많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김근수 할아버지에게 선물로 그의 글을 모아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금곡마을 풍경사진을 마을 입구에 전시도 준비하고 방문객에게 설명도 술술 잘도 한다. 바로 금곡마을 큐레이터가 된 것이다.
연수동의 첫 마을인 동수마루 옛길을 산책하며 30년 전에 있었던 태백공사, 옹기집, 성황사 그리고 어른들 이야기를 듣고, 주택 담벼락에 그려져 있는 옛놀이를 따라 딱지치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도 왁자지껄 떠들며 골목놀이도 해본다. 이렇게 우리는 마을살이를 하고 있다.
금곡마을 큐레이터
연원시장오일장 상인 인터뷰
마을산책-말뚝박기게임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연수동행정복지센터 동장님과 금곡마을 대동계 회장님께서는 아이들이 지내는 공간을, 단월장수촌 사장님은 농사짓는 밭터를, 연수새마을금고에서는 한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게 에어컨을, 시민 윤칠영 님은 홈쿡 요리도구를 기부해주셨다. 마을학교 운영자들은 연수동통장협의회, 근교 경로당, 초등학교, 아파트 벽보 그리고 길 위에서 다양한 홍보활동을 하였다. 때로는 찾아가 큰 소리로 소개도 하고 공문을 통해 주위 학교에 아이들 참가를 요청하기도 하면서 마을신문 지면을 통해 마을살이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수시로 사탕과 쿠폰으로 아이들에게 참여를 독려하고 어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동참해달라 응원해달라는 호소를 하였다. 정기적인 운영자 회의, 이웃 마을학교 운영자와 간담회, 마을교육발전을 위한 지역주민협의회의등의 만남으로 마을교육에 대해 서로 교류하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5일, 지역교육협력 활성화를 위한 충주교육행정협의회로 공동의장인 김응환 교육장, 박중근 부시장을 비롯한 각 과장 등 총 10명이 참석하여 충주시청과 충주교육지원청간 소통과 협력을 통한 다양한 교육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하고 싶다.
홍순규 동장님(공간)
연수새마을금고 안동모이사장(에어컨)
단월장수촌 이정익(밭)
통장협의회 회의(홍보)
동수경로당(홍보)
아파트게시판(홍보)
민.관 회의
이웃마을학교운영자 간담회
지역주민협의
사람으로 지어가는 연수동마을교육공동체

10여년을 넘게 통장으로 활동하고 계신 동수마루 권용희 통장님, 금곡마을 김민숙 통장님, 주공아파트 오순녀 통장님, 윤종미 주민자치위원님, 그리고 마을교육활동가 전미정. 이렇게 고비고비의 2020년 환경에서 우리가 멈추지 않고 나아가게 하는 동력은 서로를 보살피며 신뢰가 깊어졌기 때문이다. 9월부터는 ‘마을학교 엿보기‘를 통해 지역주민이 직접 운영자로 참여해 아이들과 함께하는 기회를 가지며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이해와 마을학교 운영을 공유하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의 연수동마을교육공동체는 서로 서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타인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관계, 나 혼자가 아니라 같이 모여 멋지게 살기를 도모하는 것, 서로서로 훌륭해지는 것, 그런 마음으로 우리는 마을학교에서 함께 하고 있다. 충주 연수동 금곡생태마을학교에서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서로 배우고 가르친다는 것도 잊은 채 평화롭고 즐겁게 만나면 좋겠다. 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우물가 같은, 쉼터 같은 공간이 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마을배움터가 되길 꿈꾸어본다.
5명의 운영진
김근수 어르신 댁 앞에서